
오늘날 첨단 반도체 제조에 있어 대체불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tsmc의 역사를 30년 넘게 조명해 온 한 베테랑 언론인이 있다. 그가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첫 해, tsmc는 대만 가권지수 편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당시 환갑을 넘긴 창업자 모리스 창(張忠謀)과 첫 인터뷰를 진행한 이래, 린훙원(林宏文) 기자의 펜은 타이완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찬란하게 증언해 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2024년에 1만 1,878가지 유형의 반도체를 288개 공정기술로 제조해 522개의 고객사에 납품했다. 이 회사는 한 해 2억 3천만대가 팔리는 애플의 아이폰 핵심 프로세서(AP)와 연간 100만대 수준으로 출하되는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량을 공급한다. 최상급 성능을 가진 칩의 90%,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의 70%를 생산하는 tsmc의 장기 매출 총이익은 53%에 달하며, 매출액의 69%가 7nm(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노드 제품에 집중돼 있다. 이같은 숫자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는 기업의 전형에 부합한다. 린 기자의 취재가 바탕이 된 <tsmc 세계 1위의 비밀>은 독보적인 파운드리 기업이 가진 경쟁력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필자가 린 작가의 저서와 조우한 것은 2024년 3월 일본 여행에서였다. 교토의 한 서점에서 <tsmc,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tsmc, 世界を動かす秘密>이라는 일본어 제목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하나는 “한국어로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해야겠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몇 가지 사례를 정책 연구에 인용해야겠다.”. 전자는 만다린어를 배우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고, 후자는 지금까지도 필자의 여러 정책 연구 및 자문에서 적극 실천 중에 있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에서도 <tsmc 세계 1위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그해 11월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2025년 6월 어느 포럼에서 작가와 대면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선물처럼 주어졌다. 그는 그가 쓴 책이 다루고 있는 깊이만큼의 사람이었다. 매우 겸손했고 친절했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 만큼은 냉철한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대화 중, 그는 곧 자신의 이름을 내건 tsmc, 반도체 관련 전문 웹사이트 운영을 개시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순간 교토에서 작가의 책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웹사이트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어야 한다.”
아마 작가는 삼성전자가 있는 한국에서 tsmc 전문가의 견해가 그리 주목받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을지 모른다. 또는 어떤 면에 있어 경쟁구도처럼 보이는 두 기업 사이에서 굳이 불편한 시선을 받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웹사이트가 한국어로 번역돼야 한다고 그를 설득했다. 필자의 호소가 작가의 판단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웹사이트를 한국어로도 서비스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쁜 소식을 작가가 전해주었다.
지금의 반도체 산업을 지정학 관점에서 조망해 볼 때, 설계는 미국, 재료와 장비는 일본, 제조는 대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전개되어 왔다. 반면 한때 국가적 자부심이었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대만과의 격차가 확대되며, 중국의 역량이 커지는 우울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됐다.
이 웹사이트가 제공하는 린 작가의 시선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다루는 기업가, 언론인, 정책이해관계자들에게 지금 우리에게 결여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냉정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추천자 소개
이현익 부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학‧석사 취득 후, 고려대학교에서 기술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두산중공업(現두산에너빌리티) 기술연구원 주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을 거쳤다. 주요 연구 분야는 반도체, AI, 양자기술, 차세대 이차전지 등 전략기술에 관한 글로벌 패권 대응 정책 및 대외기술전략이다.
- 2023 ~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2016 ~ 2023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 2012 ~ 2016 두산중공업(現두산에너빌리티) 주임
오늘날 첨단 반도체 제조에 있어 대체불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tsmc의 역사를 30년 넘게 조명해 온 한 베테랑 언론인이 있다. 그가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첫 해, tsmc는 대만 가권지수 편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당시 환갑을 넘긴 창업자 모리스 창(張忠謀)과 첫 인터뷰를 진행한 이래, 린훙원(林宏文) 기자의 펜은 타이완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찬란하게 증언해 오고 있다.